교육이 끝나고 부서배치가 되었다.
처음 하는 사회 생활, 의욕이 넘치며 하나라도 더 알고 싶고, 부서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약 2주간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지냈다.
(이때는 회사가려고 일어나는 아침이 신났다.)
회사 선배들이 모두 바빠서 일을 가르쳐 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조금씩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나 역시 최대한 일을 빠르게 습득하고자 노력했다.
나는 메모리사업부 설비엔지니어로, 반도체 설비를 관리했다.
당장 내가 관리하는 설비의 메이커사만 5곳이었고, 그 안에서도 설비군이 다양했다.
그러다보니 설비 UI를 다루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모든 내용이 영어인 것이야 익숙해지면서 괜찮았지만,
설비군이 적어 몇 번 다뤄보지도 못한 설비의 경우에는 조작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그리고 설비를 다룸에 있어 1순위는 웨이퍼다.
내 짬에서는 설비 에러를 거의 조치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PM 마무리나 선배의 작업 보조를 주로 했기에 다행스럽게도 웨이퍼에 어택이 갈만한 사고를 친 적은 없었다.
그래도 설비를 혹여나 잘못 다뤄서 웨이퍼를 못 쓰게 되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에 모든 작업에 신중을 가했다.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그나마 회사다닐 맛이 난다는 것이다.
부서 분들이 모두 좋으셔서 사람이 힘들지는 않았던 것이 가장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설비엔지니어의 숙명과도 같은 교대근무가 육체적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Day(오전), Swing(오후), Gy(새벽) 3교대 형태를 하는데, day근무를 하고 이후에 sw근무이면 휴일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그러나 sw근무를 하고 day근무를 하는 경우 이틀안에 몸의 시차를 5~6시간정도 앞당겨야 한다.
특히 특근이 있어서 sw근무 후 이틀을 못 쉬고 하루만 쉰 다음 day 근무를 하면 첫 날 day근무는 피곤함에 지쳐 업무를 하기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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